대회 심판에 대한 짧은 생각
대회 심판은 논쟁하는 존재도 아니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존재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안산컵과 대한체스연맹 대회 심판을 거치며 올해로 11년째 심판(1년에 평균 5회 심판출장)을 보면서 가끔 의아한건
선수나 학부모, 혹은 심지어 같은 심판끼리 싸우고 있는 심판을 보는 것입니다.
틀린 말씀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라도, 체스심판을 영어로 arbiter (결정권자, 중재자) 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마음 상하는 사람없이 모두(선수,학부모,선수의 선생님, 다른 심팜들)에게 공정하게 느껴지도록 중재하는 사람입니다.
맞는 룰링이더라도 충분한 설명과 설득없이, 선수가 못받아들이는걸 강요해야 되겠습니까?
중재하기 위해 찾아온 다른 심판과도 자기가 맞다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이미 못받아들인 선수가 심판들끼리도 충돌하는 그 결정을 수용할까요?
1. 양쪽의 말을 번갈아가면서 충분히 들은 후에
2. 명확히 판단이 서면
3. 반칙을 받게될 친구에게 논리적으로 충분한 근거를 들어 상황을 설명하고,
4. 받아들였을때 반칙을 주고, 아니라면 설득을 해봅니다.
2. 명확히~에서 명확하지 않거나, 4.설득~에서 받아들이지 못했을때는
평소 믿을만하다 생각한 주위 선배 심판(또는 심판장)에게 도움을 청하고, 상황 전달 후에는 믿고 맡겨야합니다. (심판들이 의견을 나누는건 괜찮으나, 충돌하는 모습은 보이면 안됩니다. 선수가 판정을 불복할 빌미를 주게되면 남은 라운드가 힘들어집니다)
=> 도움을 주러 온 심판은 상황 전달을 먼저 받았더라도 선수에게 다시 한번 상황설명을 들어야합니다! 선수는 단지 화가 나있어서 불복하기도 합니다. 이때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자연스럽게 풀리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이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면 간곡히 사죄드리고, 결론은
심판인 우리의 역할은 옳고 그름을 통보하는 존재가 아니라 모두가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중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